디지털 사회로 전환됨에 따라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빠른 의사결정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지만, 복잡한 구조, 데이터 독점, 규제, 경직된 문화 등이 의사결정의 속도를 늦추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는 조직 내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면서도 정확성과 실행력을 갖추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 사회로 전환하면서 일터는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공간의 거리와 문화적 장벽은 줄어들었고,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동조 현상은 심화됐다. 여기에 크고 작은 전쟁과 관세 정책, ESG 경영과 DEI, AI 기반 업무혁신 같은 아젠다가 조직의 민첩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일은 조직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 과제가 됐다.
빠른 의사결정의 이점
의사결정은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행까지 포함해야 진정한 의미의 '문제 해결'이 된다. 이에 따라 빠른 의사결정은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구체적인 전략이 된다. 속도가 빠른 조직은 시장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으며, 외부 환경의 구조적 변화를 경쟁자 보다 빠르게 예측하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또한 빠른 의사결정은 구성원의 몰입과 신뢰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의사결정이 빠른 조직은 구성원에게 명확한 방향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구성원의 심리적 안전감과 조직에 대한 신뢰를 높인다. 반면, 결정이 지연되면 불확실성과 불만이 커지고, 조직 몰입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원인
과거에는 조직 전체에 장기적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문제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중간관리자가 맡는 관리적 의사결정은 물론, 실무자가 처리하는 운영적 의사결정까지 늦어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복잡하고, 모호하고, 비정형적이며, 예외적인 이슈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자 입장에서는 관련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고, 위험요소까지 명확하게 규명하기 어려워졌다. 이와 관련해 조직의 구조와 인식, 문화적 관점에서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몇 가지 원인을 소개한다.
첫째, 복잡한 내부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다. 의사결정 권한이 분산되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집중되면 '책임 없는 합의주의'가 생긴다.이는 다수의 구성원이 동의해야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책임이 모호해지고 실행 실패에 대한 책임 회피가 가능해진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위계가 강한 조직 에서 종종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둘째, 데이터와 정보의 독점 때문이다. '중요한 데이터'는 권한을 가진 소수 리더들의 몫이라는 인식을 갖고 접근권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 전문기관인 알터릭스
Alteryx의 조사 결과 상당한 기업들이 데이터의 효용은 인정하면서도, 결정권을 가진 직원들에게 데이터 접근을 제공하고 싶진 않아 한다는 역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실무자는 빠르게 결정을 내릴 만한 유효한 데이터를 충분히 갖기 어려워져 자연스럽게 상위 의사결정자의 승인에 의존하게 되고, 속도는 느려지게 된다.
셋째, 법과 제도 등의 외부 환경 변화도 의사결정을 지연시킨다. PwC에서는 최근 상법 개정 등으로 법적 리스크 평가를 강화하는 경향 때문에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데이터나 증빙을 요구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게다가 새로운 규제와 정부의 심사를 철저히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외부 전문기관의 자문을 늘리게 되면서 속도는 필연적으로 느려지게 된다.
넷째, 조직문화의 경직성 때문이다. 실패에 대한 처벌이 강하거나, 권한을 침범하면 불이익을 받게 되는 사례가 존재하는 경우, 구성원들은 의사결정을 회피하게 된다. 의사결정 사안의 경중에 상관없이 상위자에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조직의 심리적 안전감 부족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방법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복잡한 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한 의사결정 모델인 'RAPID' 모델을 적용하면 좋다. 베인앤컴퍼니가 개발한 RAPID 모델은 의사결정 지연을 줄이고 '누가, 언제, 무엇을' 결정하는지 명확히 하는 도구로써 의사결정 과정의 중복 검토, 책임 회피를 제거해 병목 현상 제거를 돕는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이해하도록 구분함으로써,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고, 다양한 프로젝트 상황에 동일한 모델을 적용할 수 있어 유용하다.
과거 국내 제조 대기업 S사는 '설비 투자 승인'에만 수차례의 임원회의를 거쳤고, 결국 3~4개월의 기간이 소요됐다. 이에 RAPID 모델을 적용했다. 기술·품질·안전 부서가 동시에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I(협의자)를 설정하고, A(합의자)는 CFO로 단일화했다. 마지막으로 D(승인자) 권한을 CEO에서 사업부장으로 위임하자 승인 소요 기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둘째, 데이터 접근과 활용에 대한 장벽을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 의사결정은 유효한 데이터와 정보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핵심 데이터 접근에 대한 '승인 대기' 상태를 최대한 없애야 하며, 반드시 보안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등급별 접근을 제어해야 한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나 네이버는 전 직원이 필요한 데이터에 즉시 접근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해 개방하고 있다. 여기에 셀프 서비스BI
Business Intelligence 툴을 도입하면 현업 담당자가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시각화해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기에 더욱 효과적이다. 법규 변경과 규제에 대한 리스크에 대해서도 시스템을 통해서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P&G에서는 모든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법적 리스크 대응을 위한 공통 체크리스트를 적용해, 검토 속도를 30%나 단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