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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발견의 열쇠, 인문학

HR플라자 > 파워피플

전혜진 HR Insight 기자

등록 : 2021-04-23 15:27:44


지구 반대편 나라 곳곳에도 BTS에 열광하는 '아미ARMY'들이 있다. 더 이상 '한류'라는 바운더리 안에 머물지 않는 BTS의 이례적인 인기는 언뜻 생각해도 비주얼이나 퍼포먼스 때문일 수만은 없다. 자칭 '30년 케이팝 팬'이라는 김현경 작가는 지난해 12월 《BTS로 시작하는 청소년 심리학 수업》을 출간했다. "본진은 따로 있다"며 스스로 '아미'는 아니라면서도 그가 BTS를 주제로 한 책을 출간하게 된 데엔 분명 BTS의 행보와 그의 삶, 둘을 잇는 어떤 매개체가 존재한단 의미일 것이다. 

서울대 역사교육과 졸업을 앞두고 김현경 작가는 예정된 교사의 길 대신 어릴 적부터 품어온 소설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2012년 소설 《신데렐라를 위하여》 출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소설, 미술 에세이, 심리학 에세이 분야에서 총 여덟 권의 책을 출간했다. 역사, 소설, 미술, 심리학. 이 모든 장르의 공통점은 '인문학'에 속한다는 것. 그는 "어릴 적부터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사람의 이야기', 결국 인문학이다.

"특정 분야나 학문에 대한 흥미는 어느 정도 타고나는 거라, 인문학을 깊이 공부하는 것도 기질적인 영향이 클 거예요. 하지만 건강하게 살기 위해 모든 사람이 일정량의 운동을 해야 하듯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존재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 역시 필수라 생각해요. 인문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이니까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다는 건 나와 타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단 뜻이겠죠."


심리학, 나와 너를 이해하게 해준 도구
심리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된 계기는 첫 소설을 준비할 당시 더욱 생생한 캐릭터를 그려내기 위해서였다. 소설 집필을 위해 공부하기 시작한 심리학은 김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이 됐다. '심리학'이란 렌즈를 통해 너무도 이해할 수 없던 누군가가, 종종 어긋나곤 했던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새롭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본래 감성과 공감능력이 다소 부족하고 냉철할 정도로 이성적이었다는 그는 예전의 자신을 가시 돋친 고슴도치에 비유했다. 성격 심리학을 공부하고서야 "사람이 됐다"고 말하며 웃던 그는 70대의 아버지에게도 심리학은 변화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아빠는 시인으로 등단하신 엄마의 등단작도 읽어보지 않으셨을 정도로 모든 인문학 분야에 일말의 관심도 없으셨어요. 그런데 제가 했던 성격 심리학 팟캐스트를 꾸준히 들으시더니 어느 날 말씀하시더라고요.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그렇게 사랑했던 아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고 평생 살아온 것 같다고요. '내 기준으로 남을 평가하며 산 것 같다' 말씀하셨어요."

심리학을 만나고 당장 눈앞의 현실이 변하는 경험을 본인과 가까운 이들의 삶에서 목격하면서 김현경 작가는 마치 심리학 전도사가 된 듯 주변 친구들과 공부한 내용을 함께 나누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이 학문을 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이번 책을 쓴 것도 그런 마음에서였다. 

"아미들은 방탄소년단이 언급한 책은 다 읽어보고 싶어해요. 그런데 《Map of the Soul: 7》 앨범의 영감을 얻었다는 심리학자 융 이론의 해설서 《영혼의 지도》는 너무 어려워 아미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겠더라고요. 그에 대한 좀 더 쉬운 해설서를 써보고 싶다 생각하던 중 BTS의 그 전 앨범에도, 또 그 이전 앨범에도 심리학적으로 분석할 만한 요소들이 많다는 걸 발견하게 됐어요. 그래서 BTS 음악세계의 발자취를 처음부터 따라가면서 심리학을 소개해 흥미를 유발하고, 더 공부해보도록 권유할 수 있겠다 싶었죠."


BTS 성공 비결은 '꾸준하고 일관된 자기 성찰'
김현경 작가는 BTS뿐 아니라 비틀즈나 서태지 등 시대의 아이콘이 된 가수들의 공통점을 '메시지'로 꼽았다. 열렬한 대중가요 팬이던 부모님 밑에서 매주 온 가족이 가요 프로그램을 함께 보며 자란 김현경 작가에게 '30년 케이팝 팬'이란 지칭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케이팝이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거의 연대기로 설명할 수도 있을 김 작가는 방탄소년단의 데뷔 시절을 떠올리며 말했다. 

"BTS 데뷔 당시 아이돌 뮤지션의 노래는 소위 잘 놀고 과시하는 콘셉트가 유행했어요. 진지한 얘기는 좀 올드하고 촌스럽게 느껴지는 시기였죠. BTS는 처음부터 유행에 편승하지 않은 거예요. 그 나이대에 맞는 진솔한 고민들을 얘기하더니 시간이 가면서 점차 깊이를 더해가더라고요. 데뷔 당시엔 유행이 아니었지만, 요즘은 시대가 변해서 아이돌 가수에게도 진지한 성찰과 정치적 올바름을 요구하잖아요.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잘 쌓아온 게 시대를 만나 폭발했다고 생각해요." 


BTS와 김현경의 교집합, 그리고 반드시 가게 되는 길
김현경 작가는 BTS가 《LOVE YOURSELF 轉 'Tear'》를 발표하면서부터 아이돌 뮤지션을 넘어 세계적 멘토의 반열에 올라섰다고 말한다. Love Yourself, 진정한 사랑의 출발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면서부터다. 내면의 보석을 찾기보다 다른 누군가를 한창 닮고 싶을 나이, 청소년기.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에게 내재된 고유함의 가치를 잘 모를 수 있다고 김현경 작가는 말한다. 

"너희들이 타고난 성향 그대로 다 소중해."

김 작가가 이번 책의 주 독자인 청소년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다. 심리학을 공부하며 가장 깊이 깨달은 건 모든 사람이 기질과 역량을 제각기 다르게 타고난다는 것이었으므로. 자신이 타고난 그대로의 가치를 지키고 계발하는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삶은 최선의 길을 보여준다고 그는 믿는다. 다름 아닌 'Love myself'의 실현이다. 

"이번 책을 위해 BTS 노래 가사를 분석하면서 가장 놀란 건, 그들의 철학적 세계관이 마치 처음부터 완벽하게 계획된 시나리오처럼 흘러간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진지한 자기 성찰을 하며 성장한다면 누구라도 그 길을 만나게 된다는 걸 이젠 알아요."

심리학 공부에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그는 내년 대학원 입학을 준비 중이다. 다음 소설의 주제는 불변의 관심사인 '교육'이다.

전혜진 HR Insigh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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